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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주 총격범 사망 가능성 높아

〈속보〉지난 25일 메인주 루이스턴에서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공개 수배 중인 용의자의 사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 10월27일자 A1면〉   경찰은 총격 용의자 로버트 카드(40)를 추격 중 그가 남긴 메모를 발견했는데, 메모 내용이 자살 유서와 비슷해 사망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수사관들은 주민들에게 “아직 긴장을 늦추긴 이르다”며 주의를 당부했고, 자택대피령을 연장했다.     경찰은 메인주 리스본 폭포의 안드로스코긴 강에서 그를 수색 중이며, 수사관들은 카드의 사진 공개 이후 대중으로부터 530건이 넘는 제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강 수색을 위해 다이버들이 배치되기도 했으며, 수사관들은 카드의 휴대폰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휴대폰 위치 추적을 통한 수색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메인주 리스본 경찰서장은 “카드에 대한 수색 활동이 리스본에서 22년 동안 근무하며 본 경찰 인력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한편 27일 총격 사건으로 사망한 18명의 신원이 모두 파악됐으며, 메인주 경찰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사망 소식을 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서 센트럴메인메디컬센터로 옮겨진 피해자는 총 14명인데, 관계자에 따르면 그중 3명은 목숨이 위독한 상태다.     카드의 범행 동기는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수사관들에 따르면 카드는 최근 오랜 여자친구와 헤어졌고, 25일 밤 카드의 전 여자친구가 사건이 발생한 볼링장의 볼링 토너먼트 참가자 명단에 등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윤지혜 기자 [email protected]총격범 가능성 사망 가능성 총격범 사망 사망 소식

2023-10-27

[음식과 약] 백세인 따라하기

지난달 17일 미국의 초백세인 루이스 레비가 112세로 사망했다. 레비는 장수와 유전의 관계에 대한 연구의 대상이었던 700명이 넘는 사람 중 하나였기에 여러 해외 언론에서 그녀의 사망 소식을 다뤘다. 백세인은 점점 늘고 있다. 1990년 전 세계 9만5000명에서 2015년에는 45만여 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110세를 넘겨 사는 초백세인은 매우 드물다. 노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 생존하는 초백세인은 500명을 넘지 않는다.   초백세인이 그저 수치상으로만 장수하는 건 아니다. 이들은 질병 없이 오래 산다. 112세까지 살면서도 레비는 심장질환·당뇨병·알츠하이머병을 앓지 않았다. 그녀의 장수 비결은 뭐였을까. 레비 본인은 긍정적 태도, 저콜레스테롤 식단, 하루 한 잔 레드와인을 마신 게 도움이 되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장수인의 유전적 특성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과학자 니르 바질라이는 유전자에 답이 있다고 설명한다. 레비는 아슈케나지 유대인의 일원이었는데 이들은 유전 변이 덕분에 노화가 늦춰지고 심장병·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위험도 낮아지는 유익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 중 60%가 흡연자, 50%가 과체중 또는 비만이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절반에 못 미치는데 질환 위험은 낮게 나타나는 건 유전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흡연하든 운동을 안 하든 과체중이든 괜찮다는 식으로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장수 유전자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런 환경이라도 바꿔줘야 건강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특히 소식하는 게 중요하다. 백세인은 따로 소식하지 않아도 칼로리 제한 식단을 하는 사람과 비슷한 몸 상태를 유지한다. 소식이나 간헐적 단식으로 섭취 열량을 줄여주면 혈중 인슐린 수치가 낮아지고 인슐린 민감도가 향상되는데 장수 유전자를 지닌 사람은 특별한 노력 없이도 그런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부럽다. 하지만 유전자를 바꿀 수는 없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적게 먹고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뿐이다. 다만 이렇게 적게 먹을 때는 영양실조가 되지 않도록 영양소 간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활동량을 늘리는 건 좋지만 낙상을 입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루이스 레비가 사망한 것도 엉덩이관절 골절 때문이었다. 수술과 재활 뒤에 감염이 발생하며 쇠약해진 것이다. 고관절 골절로 누워있는 동안 근육은 줄고 대사기능이 떨어지며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기 쉽다. 회복 뒤에도 다시 골절을 겪게 될 위험이 크다.   과학자들은 백세인, 초백세인의 유전자를 흉내 내어 건강 수명을 늘려주는 약을 개발하기 위해 계속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약 없이도 간단한 해결책이 있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자. 정재훈 / 약사·푸드라이터음식과 약 백세 장수 유전자 사망 소식 고관절 골절로

2023-08-02

[이 아침에] ‘산 할아버지 구름모자 쓰고’

한국의 한 친구가 지난달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공연장에서 3형제 그룹 ‘산울림’의 멤버였던, 김창훈의 ‘시(詩) 노래 500곡’ 기념 공연을 다녀왔다고 자랑했다. 그도 노년에 들어섰지만  노래에는 엔돌핀이 솟아나는 힘이 있었다고.     김창훈은 두 해 전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시에다 곡을 붙이는 작업을 해왔다고 한다. 빈 종이에 시를 적고 그 시들과 마주 앉으면 저절로 음악적인 영감이 와 하나의 곡으로 완성된다 하니 그는 천재적인 예술인 모양이다. 그렇게 만든 노래가 벌써 500곡이나 된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한국에 가 살고 싶다. 맛있는 음식 마음대로 사 먹으면서 친구처럼 주말마다 공연이나 뮤지컬을 보러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1977년인가. 아이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던 시절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제1회 대학가요제’를 봤다. 특히 대상을 받은 ‘나 어떡해’라는 곡은 참 멋지고 흥미로운 노래였다. 그런데 그 곡의 작사·작곡가가 김창훈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그리고 2008년 캐나다 밴쿠버에 살던 산울림의 막내 김창익(드럼연주)씨의 사망 소식은 충격이었다. 눈이 많이 와 지게차 작업이 위험하다며 사장인 본인이 직접 운전하다 경사 길에 미끄러져 사고를 당했다 하니 더욱 안타까웠다. 함께 활동했던 형들은 이 믿어지지 않았을 소식에 얼마나 슬펐을까. 다행히 산울림 밴드의 둘째인 김창훈이 이처럼 기념공연을 하고 있다는 것은 기쁜 소식이다.     산울림 3형제가 불렀던 많은 히트곡이 생각난다. 특히 ‘산 할아버지’라는 곡을 들을 때면 대학 때 소풍 갔던 추억이 희미하게 떠오르기도 한다. 나도 운명에 따라 미국에 살고 있지만 이민자들의 일상은 늘 고달프다. 한때 자동차에서 CD를 들으며 많은 위로를 받곤 했는데 최근 나오는 차들에는 아예 CD플레이어가 없어 아쉽다.   6·25 한국전쟁의 후유증으로 우리 세대는 대부분 끼니 걱정을 하며 자랐다. 너나 할 것 없이 대부분 가난했다. 나도 부모님을 돕기 위해 국가에서 등록금을 보조해주는 사범대학에 진학했다.  당시 남학생들은 거의 시골 출신이었다. 그중 ‘지홍’씨는 유난히 키가 크고 늘 웃음이 담긴 가느다란 실눈이었다. 장난기 어려 보이던 눈으로 코믹하게 부르던 그의 애창곡은 ‘서울구경’이었다. ‘시골 영감 처음 타는 기차놀이라~’는 가사에 이어 ‘으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하’로 이어지는 후렴으로 웃음을 자아내던 남학생이었다.     교육 심리학 같은 강의를 들을 때면 대강당에서 모두 만났던 친구들. 화학, 물리학, 지질학, 생물학과의 정원은 각 15명이었고, 일 년에 한번은 60명이 교수님과 함께 소풍을 갔다.     가끔 대구에 사는 여동창을 통해 동문들의 소식을 듣곤 했는데, 이젠 뜸하다. 모두 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되어 있나. ‘산 할아버지 구름 모자 쓰고, 나비같이 훨훨 날아서~’ ‘산 할아버지’의 노랫말이 더 가깝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최미자 / 수필가이 아침에 할아버지 구름모자 할아버지 구름모자 산울림 3형제 사망 소식

2023-06-12

[독자 마당] 경쟁심리

오전에 함께 테니스를 했던 한 친구가 오후에 병원 입원 수술을 받는다고 한다. 과거 위암 수술을 했는데 심장에 물이 찾는지 재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술 잘 끝내고 빠른 시일 내에 코트로 복귀하기를 회원 모두가 진심으로 두손 모아 기도하고 있다.     지난달 월례대회에서 우승도 했던 그는 평소에는 친구지만 경기장에서는 치열한 경쟁자다. 인간은 어떤 면에서는 서로가 경쟁자다. 그러다 보니 승리를 위해 은근히 상대가 실수하고 잘못되기를 바란다. 친구들과 골프를 치면서 종종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 이란 농담을 하는데 은연중에 이런 인간의 심리가 묻어난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겉으로는 선의의 경쟁이라고 늘 말하지만 속으로는 상대가 잘못되기를, 망하기를 그리고 극단적으로는 거꾸러지기를 바라는 정말 못된 심보도 있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살다가 보면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시기와 질투, 그리고 경쟁심이 있어서 상대가 잘되면 배 아파하고 상대가 실패하면 속으로 웃는 경우가 있다. 정말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의 심리상태를 보여준다. 그러나 사람이 부처님이 아니니 매사 대자대비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이러한 이중적 감정은 나이가 들다 보니 가끔 들려오는 동창의 사망 소식을 접할 때도 슬쩍슬쩍 나타난다. 유족에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속으로는 “아직 살아있는 내가 승자네” 하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도 사실이다.     왜 인간은 모든 사람을 사랑만으로 대할 수는 없는 것일까? 먹이를 놓고 먼저 먹으려고 서로 싸우는 생존경쟁의 본능을 아직 완전히 버리지 못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가 부처님이 아닌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김영훈독자 마당 경쟁심리 친구 사이 사망 소식 병원 입원

2022-12-04

[독자 마당] 부부의 인연

벌써 인생 80의 중턱을 달리다 보니 신문을 보면 부고란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간다. 얼마 전에 친지 두 쌍의 부부가 세상을 떠났다. 신기한 일은 두 커플 모두 하루 또는 몇 시간 간격으로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부부의 장례식을 같은 날 치렀다.   오늘은 참으로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여배우 강수연의 사망 소식이 들려왔다. 80을 넘어 세상을 떠나면 아무도 ‘아깝다’ 하지 않고 묵묵히 조의만 표하지만 여배우 강수연의 사망 소식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안타깝게도 한창 일할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고 애도를 한다.     타인의 죽음이 슬픔지만 가족간의 사별은 더욱 큰 슬픔으로 다가온다.     성경에는 이런 말이 있다. ‘너희가 성경도 하나님이 능력도 알지 못하는고로 오해하였다. 부활 때에는 장가도 아니 가고 시집도 아니 가고 하늘에 있는 천사들과 같으니라.’   즉 부활 후에는 남편, 아내, 자식이라는 개념도 없어지고 모두가 천사와 같이 되는 것이다. 즉 모두가 천사처럼 생활하면서 즐겁고 평화로운 일상만 있을 뿐, 세상에서 같이 부부로, 자식으로 희로애락을 경험하는 그런 삶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부간의 인연은 세상에서 뿐이다. 세상 무대에서 남편과 아내로 만났다가 그 연극이 끝나면, 그 사명이 끝나면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세상에서 부부의 인연은 죽음으로 끝이 난다. 그러므로 결혼 서약의 효력도 종지부를 찍는 것이다.     삶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는 배우자를 잃는 것이라고 한다. 고통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는 크나큰 슬픔이다.     하지만 슬픔에 함몰되어 본인에게 주어진 마지막 황금 같은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 남은 생애 동안 하고 싶은 일, 꼭 해야 할 일을 찾아 아름답게 마무리 하는 것이 우리들에게 주어진 최선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노영자·풋힐랜치독자 마당 부부 인연 여배우 강수연 사망 소식 남편 아내

2022-05-17

[독자 마당] 슬픔의 한 자락

지난주 수요일에 세탁소로 전화 한 통이 왔다. 사실 하루에 세탁소로 걸려오는 전화가 한 두 통이 아니건만 그 전화는 특별했다. 세탁소로 걸려오는 전화의 대부분은 비즈니스에 관한 것이다. 자기가 맡긴 옷이 다 되었는가를 묻는 일부터 가게 위치며 세탁비에 관한 내용이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   그러니 세탁소에서 전화 통화할 때 내 목소리는 늘 메말라 있는 편이다.   그러나 수요일에 걸려온 전화는 내 목소리에 감정이 실리게 하는 그런 종류의 사사로운 것이었다. 수화기를 들면서 발신처를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아주 낯이 익은 이름이었고 그 친구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석 달을 훌쩍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수화기에서 흘러나온 음성은 론의 아내의 것이었다. 론과 그의 아내는 그저 손님이 아니라 잠깐씩이라도 개인적인 마음을 나누는 나의 친구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론의 아내는 떨리는 목소리로 자기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나중에 확인해본 결과 작년에 마지막으로 세탁소에 들르고 일주일 후에 세상을 뜬 것이다.   10여 년 전에는 그의 아내로부터 교통사고로 외아들을 잃었다는 소식을 접한 기억이 있어서 론의 사망 소식은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쓰리고 아렸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것은 작년이지만, 늦었어도 내게 그 소식을 전해야 할 것 같아서 전화했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 위로의 말도 건넬 수 없었다. 그저 ‘So sorry’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건조하던 내 목소리에서 울음이 묻어 나왔다. 나는 어떻게 그 전화 통화를 마무리 지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웠던 두 사람, 남편과 아들의 기억 때문에 무척 아팠을 것이다. 그녀는 나에게 전화를 해서 더는 사랑을 전할 수 없는 그 아픈 마음 한 자락을 꺼내 보이고 싶었던 것일까?   김학선·자유기고가독자 마당 슬픔 자락 전화 통화 사망 소식 자기 남편

2022-03-11

[살며 생각하며] 세탁소에서 생긴 일 - 슬픈 소식과 기쁜 소식

 1. 슬픈 소식   지난주 수요일에 세탁소로 전화 한 통이 왔다. 사실 하루에 세탁소로 걸려오는 전화가 한 두 통이 아니건만, 그 전화는 특별했다. 세탁소로 걸려오는 전화의 대부분 비즈니스에 관한 것이다. 자기가 맡긴 옷이 다 되었는가를 묻는 일부터 가게 위치며 세탁비에 관한 내용이 전화 통화의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세탁소에서 전화 통화할 때 내 목소리는 늘 메말라 있는 편이다.   그러나 수요일에 걸려온 전화는 내 목소리에 감정이 실리게 하는 그런 종류의 사사로운 것이었다. 수화기를 들면서 발신처를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아주 낯이 익은 이름이었고 그 친구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석 달을 훌쩍 건너뛰었기 때문이었다. 수화기에서 흘러나온 음성은 론(Ron)의 아내의 것이었다. 론과 그의 아내는 그저 손님의 하나가 아니라 잠깐씩이라도 개인적인 마음을 나누는 나의 친구 사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론의 아내는 떨리는 목소리로 자기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나중에 확인해본 결과 작년에 마지막으로 세탁소에 들르고 일주일 후에 세상을 뜬 것이다.   10여 년 전에는 그의 아내로부터 교통사고로 외아들을 잃었다는 소식을 접한 기억이 있어서 론의 사망 소식은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쓰리고 아렸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것은 작년이지만, 늦었어도 내게 그 소식을 전해야 할 것 같아서 전화했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 위로의 말도 건넬 수 없었다. 그저 “So sorry”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건조하던 내 목소리에서 울음이 묻어 나왔다. 나는 어떻게 그 전화통화를 마무리 지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론의 아내는 밸런타인데이에 내게 전화를 했었다. 그러나 나는 그때 버지니아에서 짧은 여행을 하고 있어서 전화를 받지 못했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온 수요일에서야 뒤늦게 그녀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밸런타인데이에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웠던 두 사람, 남편과 아들의 기억 때문에 무척 아팠을 것이다. 그녀는 나에게 전화를 해서 더는 사랑을 전할 수 없는 그 아픈 마음 한 자락을 꺼내 보이고 싶었던 것일까?   2. 기쁜 소식   G는 이민 초창기부터 인연을 맺었던 친구다. 인연이라는 말과 친구라는 말이 결합하면 뭔가 깊고 그윽한 인간관계가 연상되지만, 그와의 인연은 한마디로 악연이었다. G는 한 마디로 어린 악마였다. 내 상상력을 벗어나는 악행으로 나를 곤경에 빠뜨리곤 했다. 그것은 그 친구의 머리가 얼마나 비상한가를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했다. 우리 아이들 또래의 G는 결국 열다섯 살 때인가 내 일상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권총으로 강도질을 하다가 살인을 했다는 그의 소식이 들려왔을 때, 나는 더는 그를 보지 않아도 되어서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나의 일상에서 지워졌다.   그런데 20년 전쯤에 그에게서 편지 한 통이 왔다. 우리 아이들의 안부를 물으며 나를 Second Father라고 부르고 싶다는 내용이었는데,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않았음에도 그 내용이 제법 절절하고 글씨며 문법도 훌륭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와의 인연이 이어졌다. 감옥으로 면회도 다녀왔고, 용돈도 몇 차례 보내주었다.   G는 가석방으로 몇 해 전 출소를 했다. 우리 세탁소를 몇 번을 찾아오면서 우리 인연은 계속되었다. 한동안 소식이 없더니 지난주에 세탁소로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자기가 곧 아버지가 될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러면서 내 개인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전화번호를 알려주자 그는 나에게 최근의 사진을 보내주었다. 배가 잔뜩 부른 여자 친구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G는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어린 시절, 아빠를 모르고 살았던 G는 아빠를 그리워했고, 아빠의 모델을 거리에서 찾았다. 아이의 아빠가 된다는 희열을 그는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아빠도, 엄마도 이 세상에 남아 있지 않다. (있어도 아빠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 그래서 나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어서 나도 기쁘고 G에게도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다.   3. 나는 젊은 시절 시를 쓰고 싶어 했다. 나는 시를 감정의 표면장력의 상태를 글로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응축된 감정이 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응어리진 상태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의 감옥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결국 나는 한 줄의 시도 쓰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감정을 듣고 말하는 통속주의 예찬자가 되고 말았다. 누군가에게 슬픔과 기쁨을 말할 수 있다면, 그리고 말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축복이 아닐까? 나는 현재 뼛속까지 통속 예찬론자임을 고백한다. 김학선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소식 세탁소 사망 소식 한동안 소식 소식 지난주

202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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